영화·공연

기생충 ★★★☆ 해석은 그만! 와이프랑 처음 토론한 영화

스마일루 2019. 6. 3.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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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꾸준글입니다.

'기생충'의 아카데미영화상 4관왕을 축하합니다!!! (2020.02.14)

 

 

※ 스마일루의 영화 리뷰에는 스포일링이 없습니다.

(결말의 느낌적인 느낌에 대한 묘사만 있습니다.)

 

 

"재미는 있는듯 하다가 없다.

하지만 재미가 없다고 하기엔 극도로 오묘한 뭔가가 있다.

그냥 느끼기에 그렇다."

 

 

 

 

 

 

스마일루의 영화리뷰 128번째

 

 

 

 

 

 

 

기생충

Parasite

★★★☆

 

감독 : 봉준호

출연 :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이정은, 현승민

 

2019.06.01

 

 

 

 

 

- 순 서 -

 

무슨 국어시험도 아니고 : 그런 영화 아닌데

빈틈이 없는 영화

처음으로 와이프랑 토론한 영화

 

 

 

 

 

 

   안녕하세요. 스마일루입니다.

 

   '기생충' 봤습니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보통 이렇게 '작품성'을 인정 받은 경우 재미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도 그렇지만 주변에서도 많은 우려가 있었던 영화입니다. 실제로 '알라딘'이 더 재미있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예, 뭐 '알라딘'이 재미있긴 하겠죠. 그렇다고 또 '기생충'을 안 볼 수는 없는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봤는데... 이게 재미가 없다, 라고 하기엔 참 기이한 영화입니다. 보신분들은 공감하실겁니다. 

 

 

 

"이게 재미가 없으면 말이 되냐?ㅋㅋㅋㅋ"

 

 

 

   무슨 국어시험도 아니고 : 그런 영화 아닌데

 

   결론부터 이야기 해볼까요? 재미 없다, 뭐 그런 영화는 아닙니다. 와이프님은 초반에 조금 지겨웠다고 합니다만 저는 재미도 꽤 있었고 중후반까지도 끊임없이 몰입해서 봤습니다. 나중에 이야기 하긴 하겠지만 굉장히 꽉 찬 영화라는 느낌은 확실하게 듭니다. 늘어짐 없이 긴장감을 차근차근 고조시켜가죠.

 

   하지만 이런 영화(?)들이 보통 그렇듯 결말이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던지 하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뭔 개연성이 없다던지 '이게 뭐야?'라던지 하는건 없습니다. 차근차근 영화를 따라갈 수 있고, 보고나면 몇 가지 생각들이 떠오르게 됩니다.

 

   그러나 주변을 보면 이 영화에 대해 너무 많은 설명을 덧붙이는 것 같습니다. 작품내의 다양한 은유들을 과도하게 풀어내려한다고나 할까요? 봉준호 감독이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 도통 알 수 없는 것들을 숨겨진 은유라며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설령 그러한 분석들이 사실일지언정 그게 이 영화를 느끼는데 그런 것들이 중요하진 않습니다.

 

   이 영화가 칸 영화제에서 받은 높은 평가도, 그런 다양한 은유/비유 때문이 아니라는 것 역시 분명합니다. 그런 고도의 은유와 비유가 넘치는 영화는 애초에 많기도 했죠. 이 쯤에서 칸 영화제 심사위원들의 말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척이나 특별한 경험이었다."

"재밌고 유머러스하며 따뜻한 영화다."

"다른 여러 개의 장르 속으로 관객을 데려간다."

"한국을 담은 영화지만, 동시에 전 지구적으로 긴급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 심사위원장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저는 '무척이나 특별한 경험'이라는 말에 참으로 공감합니다. 앞서 쓴 대로 기이한 영화입니다. 빨려들어가는 영화입니다. 그게 느껴지면 됩니다. 영화 속 수직적인 공간이 상징하는 것과 햇빛이 보여주는 빈부격차가 어떻고... 그런 접근 말고, 그런 것을 통해 연출된 느낌이 굳이 해석하려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영화가 이 영화이기 때문에, 그냥 그 특별함을 느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느끼면 되는 것이다. 느껴진다."

 

   

 

   빈틈이 없는 영화

 

   비유와 은유를 찾아보려 할 필요 없이 그냥 느끼면 되는 이유, 정말 영화가 빈틈이 없고 꽉 차 있습니다. 분석적인 시각으로 영화를 바라보지 않아도 각각의 장면들에서 감독이 묘사하고자 하는 '빈부격차'와 같은 것들이 뚝뚝 묻어져 나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저는 재미도 꽤 있었습니다. 물론 무슨 '엔드게임'처럼 가슴이 벅차오르는 재미를 느낄 정도는 아니었지만, 웃기다 지루하다를 반복했던 '극한직업'과는 달리, '인셉션' 같은 느낌으로 긴장이 고조되어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결말이 평범한 상업 영화와는 다르다면 다르지만, 영화가 의도하는 바를 생각해보면 굉장히 당연한 결말이라고 생각되며 와 닿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것이 현실이다'라는 느낌이며, 그것이 심사위원장 이냐리투 감독이 말한 '전 지구적으로 긴급한 이야기'의 실체라고 봅니다. 

 

   아, 배우들의 연기는 뭐 말할 것도 없습니다. 송강호 배우의 연기도 그렇습니다. 가끔은 '너무 송강호스러운' 연기만 하는 것 같아 좀 그렇기도 합니다만, 이 영화 속 배역에는 '살인의 추억'만큼이나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이선균과 조여정 배우는 '현실적인 부자'랄까... 표현이 잘 안되는데, 여튼 선악의 경계라고 표현하기도 과한, 하드디스크 포맷하고 윈도우만 설치한 듯한 부자를 잘 묘사했습니다. 꽤 인상적이었어요. 착한듯, 나쁜듯...

 

   최우식, 박소담 배우의 연기도 당연히 너무 좋았고, '미스터 션샤인'에서 보았던 이정은 배우도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장 눈이 갔던 두 배우는 송강호 배우의 '부인'역할로 나왔던 '장혜진' 배우와 고등학생으로 나왔던 '현승민' 배우입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인데 앞으로 잘나가지 않을까 싶네요.

 

 

"왜 돈은 다리미가 되는 것일까?

그 다리미는 모든 것을 펴 놓는 것일까?"

 

 

 

   처음으로 와이프랑 토론한 영화

 

   이 영화의 별점은 세개 반을 주었습니다. 제 기준에선 낮은거죠. 누구한테 꼭 보라고 추천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보니 높은 별점을 주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별 4개 이상의 꽤 인상적이었던 영화입니다. '이런 느낌 처음'이라는 말이 딱이죠. 이래야 작품상 받나? 라는 느낌도 들고요.

 

   특히 영화를 보고나서 와이프님이랑 차를 타고 오면서 영화에 대해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거의 토론 수준이었는데요. 보통 '재밌다, 시간 아깝다, 지루했다, 아까 걔는 왜 그랬냐' 식의 대화와는 분명하게 다른 대화였습니다.

 

   '기생충은 하류층을 비하한 것 같이 느껴진다', '그건 아닐테고 기생충일 수 밖에 없는 현실, 기생충이라도 바라는 현실 그런걸 말한 거 아니겠나?', '부자는 착하게 나온다', '안 좋게 나오는 부분도 있다', '안 좋게 나온다기 보단 하류층엔 관심도 없는 현실?' 등등...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많은 생각이 드는 영화였습니다. '나도 나보다 못사는 사람들을 겉으로는 존중하면서 실제로는 배척하고 있는건 아닐까? 그게 보편적인 마인드라면?', '나도 나보다 잘사는 사람들에게 기생할 생각을 하는 건 아닐까? 직장, 부동산 투자, 정치... 그런 것도 다 기생의 일부일까?' 

 

 

 

"나도 모르게 그어 놓은 선, 범죄 아닌 범죄, 허영심 가득한 꿈...

그것이 현대인인가?"

 

 

 

   참 기묘한 영화였습니다. 진짜 언제 느꼈었는지 기억하기 힘든, 간만에 깊은 감정이네요. 이번 글은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문장 어색한 부분 수정 (2020.02.18)